[김지룡의 월드컵 일본어] <1>
[김지룡의 월드컵 일본어] <1>
2002년 새해가 밝았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드컵이 열리는 해다. 일본에서는 월드컵을 어떻게 부를까? 영어를 그대로 쓰는 것은 우리와 같지만 발음은 일본식으로 '와-르도캅푸(ワ-ルドカップ)'라고 한다. 일본어는 '어' 발음이 없기 때문에 '월드'를 '와-르도(ワ-ルド)'라고, '컵'을 '캅푸(カップ)'로 읽는 것이다. '컵'을 '카프(カプ)'가 아니라 '캅푸(カップ)'라고 읽는 점에도 주의하자. 일본어는 발음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쎈 발음의 영어를 표기할 때는 촉음(ッ)을 집어 넣는다.
일본어를 조금 아시는 분은 'cup'을 '콥푸(コップ)'가 아니라 '캅푸(カップ)'라고 하는 것이 의아할지 모르겠다. 'cup'은 '콥푸(コップ)'로도 '캅푸(カップ)'로도 읽는데, '콥푸(コップ)'라고 읽으면 왠지 촌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공식 용어도 '와-르도캅푸(ワ-ルドカップ)'로 쓴다. 참고로 컵라면도 '캅푸라-멘(カップラ-メン)'이라고 발음한다.
'축구'는 한자로 쓰면 '蹴球'이고 일본어로는 '슈우큐우(しゅうきゅう)'라고 발음한다. 하지만 이제는 신문 같은 것에서만 아주 가끔 발견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은 일반인은 물론 매스컵들도 영어 'soccer'를 일본 식으로 읽는 '삭카-(サッカ-)'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번 월드컵은 한일공동개최로 열린다. '공동개최'는 '쿄오도오카이사이(きょうどうかいさい, 共同開催)'라고 하는데 앞의 '한일'이라는 말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를 말할 때 '한일', 일본어로는 '칸니치(かんにち, 韓日)'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반대로 항상 '일한', 일본어로는 '닛칸(にっかん, 日韓)'이라고 한다. 이번 월드컵은 공식적으로 'Korea-Japan'이라고 표기하므로 '칸니치와-르도캅푸(かんにち(韓日)ワ-ルドカップ)'라고 해야 하는데, 일본인들은 '닛칸와-르도캅푸(にっかん(日韓)ワ-ルドカップ)'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결승전을 양보하고 얻은 이름이므로 잘못 말하는 일본인을 만나면 교정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