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에는 띄어쓰기가 없다.
일본어에는 띄어쓰기가 없다.
<일본어저널>도 그렇지만, 초급일본어 교재에서는 간혹 띄어쓰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외국어로써 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생소한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일 뿐, 원래 일본어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어와 달리 일본어가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어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되도록 한자를 쓰지 않고, 이제는 거의 한글만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띄어쓰기를 하지 않을 경우 글의 뜻을 잘못 알아차리는 일이 생기게 된다. 흔히 드는 예로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라는 문장이 있다. 이 글을 띄어쓰기 하지 않으면, 밑줄 친 '가'가 아버지가 주어임을 나타내는 주격조사인지, 아니면 '가방'이란 명사의 앞부분인지, 구분하기가 무척 애매하다.
그렇다면 일본어에는 이런 혼동의 가능성이 없을까? 물론 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대신, 한자와 히라가나의 역할을 구분하여 표기하고 있다.
실질적․구체적 의미를 나타내는 '명사'같은 말은 '한자'로 표기하고, 문법적 역할만 하는 '조사'같은 말은 '히라가나'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질적․구체적 의미를 나타낸다는 것은 '아버지' '방'같은 단어를 들으면, 머리속에 뭔가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뜻이다. 반면, 문법적 역할만을 한다는 것은 '~가' '~에'란 말을 들어봤자,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父が部屋に入る。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다
라고 했을 때, 한자로 표기한 '父' '部屋'는 각각 '아버지' '방'이라는 실질적․구체적 의미를 나타낸다. 또한, '入'는 '들어가다'란 실질적․구체적 의미를 나타낸다. 반면, 히라가나로 표기한 '~が'는 '父(아버지)'가 문장의 주어임을 나타내는 문법적 역할만, '~に'는 '部屋(방)'가 들어가려는 장소임을 나타내는 문법적 역할만, '~る'는 동사어미로써 문장을 끝맺는 문법적 역할만을 하고 있다. '入る'란 한 낱말안에서도 '들어가다'라는 실질적 의미를 나타내는 앞부분은 한자(入)로 표기하고, 문법적 역할만 하는 뒷부분은 히라가나(る)로 따로 표기하는 구별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자와 히라가나를 적절히 배분함으로써, 한글의 띄어쓰기와 유사한 시각적인 차이를 이끌어 내고 있다. 단, 명사의 일부분은 다음 예문처럼 한자 대신에 '가타카나'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父がホテルに入る。
아버지가 호텔에 들어가다
한자와 히라가나만큼 크게 차이가 나진 않지만, 히라가나인 'が','に','る'는 둥글둥글한 곡선형문자인데 반해, 가타카나인 'ホテル'는 딱딱한 직선형문자이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시각적으로 구별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본어에서도 띄어쓰기에 버금가는 시각적 구별효과를 유도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