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한일문화

대화의 템포가 빠른 한국인

rouman 2007. 5. 2. 19:40
대화의 템포가 빠른 한국인
-반복·환언·가로채기-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일전에 일본인 친구가 한국을 찾아왔기에 맛있는 불고기를 먹으며 한껏 수다를 즐겼다. 그때 문득 생각한 것인데, 한국인끼리의 대화와 일본인끼리의 대화는 그 말수가 다른 것 같다.
가령, 일본인의 대화에서는 말하는 사람의 호흡 사이 사이에 「そうなんだ(그렇구나)」, 「なるほどね(과연)」, 「うん、うん(응, 응)」, 「そうなの?(그래?)」, 「ふーん(음~)」 등의 말을 넣는다. 또는 이야기가 일단락되기까지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론 때로는 「それって、こういうことでしょう?(그거 이런 거지?)」, 「わかる、わかる! 私もそうだった(알아, 알아! 나도 그랬어)」와 같이 상대방의 생각을 미리 추측하여 말하거나 말을 이어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짧게 맞장구를 치고 고개를 끄덕이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편 한국인은 이야기하는 쪽도 적극적이지만 듣는 쪽도 틈을 두지 않고 말을 받는다. 이때 상대방 말의 「繰り返し(반복)」, 말한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는 「言い換え(환언)」, 상대방의 말을 예측하여 먼저 말하는 「先取り(가로채기)」의 화술을 쓰는 일이 많다. 때문에 한국인의 대화는 일본인의 대화에 비해 말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맞장구·끄덕임이 주가 되는 일본인의 화법과 비교하면 「회화의 캐치볼」을 훨씬 뛰어넘은 「회화의 피구」와 같은 느낌인 것이다.
심리 카운슬러 무토 세이에이(武藤清栄)에 따르면 대화에 활기를 넣는 듣는 사람의 태도로서 ①끄덕임 ②맞장구 ③상대방의 말을 반복하는 되뇌임(「반복」 또는 「환언」)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일본인은 ①과 ②가, 한국인은 ③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사회언어학자 이선민 씨가 1997년에 실시한 앙케트 조사에서도 한국인은 「반복」, 「환언」, 「가로채기」의 빈도가 일본인보다 많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이는 일본인은 어릴 적부터 「타인의 이야기는 가만히 들어라」는 교육을 받고, 한국인은 「생각한 것은 확실하게 말하라. 자기주장을 하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 것이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 학생들이 길거리나 대학의 캠퍼스에서 친구들끼리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많은 말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즐기려고 하는 한국인의 자세가 나타나 있는 듯하다.
그런 한편 앞서 말한 이선민 씨의 앙케트 조사에서는 「가로채기」의 다용은 한일 모두 「재촉을 하는 듯하여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손아래 사람이 말을 가로채면 무례한 기분이 든다」 같은 부정적 이미지도 준다고 한다.
사실 한국에서도 이야기하는 상대가 손윗사람이거나 회의, 학회, 토론회 같은 공식적인 자리라면 아무래도 「가로채기」는 에티켓에 반하는 태도로 여겨진다. TPO를 판별하여 말하고 들어야 하는 것은 양국 모두 같은데, 여하튼 과도한 「가로채기」에는 주의가 필요하겠다.
그런 한편 친한 친구끼리의 대화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의도를 재빨리 파악해 「わかった! ○○って言いたいんでしょ?(알았어! ○○라고 하고 싶은 거지?)」, 「それは○○ってことだね(그건 ○○인 거지?)」와 같이 말해주면 「そうなのよー!(그래~!)」 하고 무심결에 기뻐지는 것도 양국 모두 같지 않을까. 아무 때나 「가로채기」 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때로는 이 화법을 이용하여 대화 전체가 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영어의 경우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도중에 끼어드는 일은 좀처럼 없는 것 같다. 상대방의 말이 끝날 때를 기다려 「yes(네)」, 「no(아니오)」, 「I see(알았어요)」, 「I don't think so(내 생각은 달라)」 같은 대답을 한다. 그에 비해 일본어와 한국어의 언어적 구성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상호 참여하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공유·발전시켜나가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가로채기」가 나와서 떠오른 것인데, 김○○씨와 박○○씨라는 여간호사,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김○○씨가 일본의 병원으로 연수 간다는 말을 꺼냈다. 내가 「6개월이나 가 있으면 남자친구가 외로워하지 않겠어요?」 하고 물었더니 당사자가 아닌 박○○씨가 말을 가로채어 「이 사람은 내과 간호사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지만 남자친구도 없어요. 나이도 많아 결혼도 못 해요.」라고 말했다. 「네! 그럴리가요. 김○○씨는 밝고 미소로 늘……」 하고 말을 이으니 재차 박○○씨가 「김○○씨는 얼굴도 안 예쁘고 성격도 안 좋으니 절대로 결혼 못 해요」 하고 단언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이가 좋다고는 해도 이렇게까지 박○○씨에게 말을 가로채이니 상당히 상처를 받았으리라 생각하며 걱정했지만 김○○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래요. 저, 정말로 결혼 못 해요!」.
과연 한국에서는 친한 사이에서의 대화가 어디까지 허용이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눈을 껌뻑거릴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