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한일문화
누구에게 돈을 빌립니까?
rouman
2007. 5. 2. 21:21
누구에게 돈을 빌립니까?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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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에서의 대화 나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자주 택시를 이용한다. 춘천의 아파트가 조금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기도 하여 거의 매일같이 택시를 불러 학교를 오가고 있는데, 그 택시 안에서는 기사분과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다. 「H대학까지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한국인이 아니신가 봐요?」 「네.」 「중국인이에요? 아니면 일본인? 미국인?」 「일본인입니다.」 「그럼 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나요?」 「네.」 「한국어 잘 하시네요. 한국에는 언제 왔죠?」 「벌써 10년이 되네요.」 「한국 생활은 어때요? 일본이 돈을 많이 벌 텐데 왜 한국에 있어요? 안 불편해요?」 「한국에서의 생활은 왠지 여유가 느껴져서 좋아요.」 「그럼, 남편 분도 교수예요? 한국인인가요? 아니면 일본인?」 「일본인요.」 「남편 분도 한국에 있어요? 아니면 일본? 아이는 몇 명이에요? 아들? 딸?」 집에서 학교까지 대략 10분 정도. 그 동안에 이런 질문이 매일같이 화살처럼 날아온다. 반면 일본의 택시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사 정도만 하는 것이 고작이다. 한국인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일일이 대답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질문을 받게 되면 나도 모르게 대답하게 된다.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받게 되면 피곤할 경우에는 솔직히 말해 넌더리가 나는 일도 있다. 20대의 일본인 선생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실은 저도 첫 대면을 할 경우에는 빠지지 않고 결혼했는지, 애인은 있는지 하고 물어봐서 질려버려요.」 하고 말한다. ●먼저 나이를 묻는 것이 중요한 한국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은 첫 대면의 경우에 화제로 삼는 내용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일본에서는 친해지고 나서라면 몰라도 첫 대면에서 개인적인 일을 묻는 것은 「戸籍調べ(호구조사)」처럼 느껴서 싫어한다.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먼저 날씨 같이 무던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개인적인 일을 묻는 경우도 실례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완곡하게 한다. 그리고 결혼의 유무 같은 경우에는 반지로 슬쩍 확인하는 사람도 많다. 반면, 한국에서는 묻고 싶은 것을 곧바로 질문하여 상대방과 조금이라도 빨리 친해지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일단 친해지면 상대방이 남자든 여자든 상당히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려고 한다. 심지어 친구에 대한 일이라면 100%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한국인은 앞으로 같은 반에서 공부할 친구와의 첫 대면에서는 우선 나이를 묻는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연상이면 경어를 쓰고 어리면 반말을 쓰기 때문이다. 즉, 한국의 관습에서 나이는 앞으로의 언어 사용을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빠뜨릴 수 없는 질문인 것이다. 또한 상대방을 빨리 알려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빠르고 명확하게 알리기 위해서 신변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일본인인 나에게는 「そんなことまで(그런 것까지)」 하고 여겨지는 것까지 첫 대면에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굳이 내가 묻지 않아도 가족이나 애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당황하는 일본인을 보는 한국인은 「일본인은 말을 확실하게 하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일본인 쪽에서는 「한국인은 마음속까지 마구잡이로 들어오려고 한다」고도 말한다. 상대방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들여 거리를 좁혀나가려는 일본인도, 한시라도 빨리 상대방을 알고 자신도 알리려는 한국인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상대를 이해하고 싶다」는 기분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 스피드가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물론 모든 한국인이 일을 빨리 진척시키려는 사람만 있고, 모든 일본인이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첫 대면에서의 언어 행동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항상 상대방에게 맞출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토양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 후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상대방을 오해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