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

처와 첩의 표현

rouman 2006. 5. 13. 19:25

처와 첩의 표현


처(어머니)


머리에 땀이 밴 수건을 쓴 여자

얼굴의 주름사이로 땟국물이 흐르는 여자

호박 구덩이에 똥물을 붓고 있는 여자

뙤약볕 아래 고추 모종하는 여자

된장 속에 들끓는 장벌레를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내는 여자

산에 가서 갈퀴나무를 한 짐 씩 해서 지고 내려오는 여자

들깻잎에 달라붙은 푸른 깨벌레를 깨물어도 그냥 삼키는 여자

샛거리로 먹을 막걸리와 호미, 팔 토시가 담긴 소쿠리를 옆구리에 낀 여자

아궁이에 불을 뒤적이던 부지깽이로 말 안 듣는 아들을 패는 여자

고무신에 황토 흙이 덕지덕지 붙은 여자

방바닥에 등을 대자마자 잠꼬대하는 여자

굵은 종아리에 논물에 사는 거머리가 물어뜯어 놓은 상처가 서너 개씩 있는 여자

계절 없이 살갗이 튼 여자


첩(새어머니)

 

여자는 새각시처럼 뉴똥저고리를 입고 있어서 배추를 뽑을 때는 배춧잎 같이, 파를 뽑을 때는 팟잎 같이 파랗게 고왔습니다.


 고움보다도 그래도 우리네 옛 어머니 모습에 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참으로 상반되는 표현으로 이렇게 쏙쏙 표현할 수 있는  여자. 신경숙의 『풍경이 있던 자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