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구원은 자각과 분투로 정복하는 자유의 고원이다.

책 읽는 여자

인생수업- 상실과 이별의 수업

rouman 2007. 5. 29. 16:08
 

우리는 아무 것도 소유할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물건, 사랑하는 사람, 청춘, 꿈, 자유와 같은 무형의 것들까지도 언젠가는 다시 되돌려줘야 할 대상들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상실을 막으려는 우리의 어떠한 시도도 허사로 끝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게 되었을 때, 공허함과 무기력함, 분노, 슬픔, 두려움 등의 감정을 남기기도 하지만,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의 과정을 거치면서 상실의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상실은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어려운 배움 중의 하나이고, 상실의 경험을 통해서 사람은 결국 더 강해지고, 더 온전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겠지만, 아무튼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고독감과 공허를 안겨주는 것이다.


며칠 전에 봤던 영화- 배우 전도연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 '밀양'에서의 그 고통이 지금 이 시각 내게 너무도 강렬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아이를 낳고 키워 본 어미라면 마치 세상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실을 경험했던 많은 사람들은 '열렬히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는 걸 배웠다고, 상실의 경험을 통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한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러나 성장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언제 어떠한  상실이 주어질지는 신만이 아는 일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갈 때, 최선을 다한 만큼은 상실되어버린 대상에게 덜 미안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무엇을 잃고 나서야 자기가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뒤늦게 깨닫는 어리석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저저가 말하는 성장, 성숙은 비로소 잃고 난 후에야, 나의 고통을 느끼고 난 후에야 타인의 마음을 더 헤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상실이 우리에게 기여하는 것 중의 하나가 되어 삶의 어떤 가르침보다 더 깊이 관계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영화 '밀양'에서도 상실감의 치유의 한 방편으로 다른 사람(아이를 살해한 학원 원장)의 상처를 돌보려 마음먹고 용서해 주기 위해서 교도소를 찾아간다. 누구의 도움 없이도-물론 신에 의지한 것이지만-홀로 설 수 있기 위하여. 그러나 그곳에선 또 한 번의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신에 대한 믿음의 상실을 경험한다. 내가 용서하기 전에 먼저 죄인을 용서해줘 버린 신에 대한 믿음의 상실.


하지만 삶의 어느 한 지점에 묶여 있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한 상처는 치유될 것이다.


지난 상실을 치유함으로써 얻는 배움은 , 새로운 상실을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인생에서 아무리 상실을 겪지 않으려 노력해도 그것은 결국 찾아오는 것이다. 상실은 우리가 삶의 불길을 헤치고 삶의 다른 편으로 갈 수 있는 통과 의례와 같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지만, 막상 겪기 전의 나는 너무 두렵기만 하다. 그래서 상실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하는가 보다. 상실을 충분히 겪고 나면 변화하고 재결합하게 된다는 배움을 잘 배워둬야 할 것이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상실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적인 부분을 발견하라고. 고통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상실감이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삶이라는 수레바퀴는 계속 굴러간다고.


참으로 어려운 배움이다. 결국 상실과 고통의 과정을 겪을 만치 겪고 나서야 가질 수 있는 치유가 아닌가 생각하면 모든 말들이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삶에서는 또 다시 삶을 이어가게 도와 줄 누군가가 다시 나서주겠지. '밀양'에서의 김종찬(송강호)처럼 말이다.


이럴 때 가장 긍정적인 말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모든 것은 지나간다'.


차라리 이 말들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장황한 어떤 배움보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