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늦여름은 아니지만 옥수수 달린 모습을 그리며 옥수수꽃 이야기를 옮겨보겠습니다.
< 암꽃이 줄기 끝에 달리는 소나무와는 달리 옥수수는 수꽃이 줄기 끝에 달립니다. 옥수수 줄기 끝에 삼각형으로 늘어지듯이 달리는 것이 바로 수꽃이고 아래쪽 잎겨드랑이에 암꽃이 달립니다.
키가 아주 큰 소나무의 수꽃들은 자가수분 즉 한 그루에서 핀 암꽃과 수꽃가루가 만나는 것을 막기 위해 암꽃보다 위치를 낮추었지만 상대적으로 키가 작고 여러 그루가 밀집된 상태로 재배되는 옥수수의 수꽃이 아래쪽에 달려 있다면 꽃가루를 날려 보내는데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되겠지요.
그래서 옥수수는 수꽃을 빽빽한 줄기위쪽에 시원스럽게 달고 있는 대신 자가수분을 막기위한 시간차 방법을 씁니다. 수꽃이 활짝 피어 꽃가루를 날려 보낸 약 이틀쯤 후에 암꽃이 성숙하게 됩니다. 한 그루에서 꽃가루를 받아 결실하는 일은 피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
마치 식물들에게도 영혼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또한 옥수수는 꽃이 피기 전 쓰러져 기울게 되더라도 온자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놀라운 생명력도 가지고 있답니다. 실의에 빠진 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인간의 의지도 보여줘야겠죠.
<아이 엠 샘>이라는 영화가 떠오릅니다. 영화 속 7살 지능의 어른인 샘의 무료 변호인( 물론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변호이지만 )이 샘에게 쏟아 붓는 고백이 참으로 절절하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샘에게는 완벽하게 비쳐지는 인간이지만, " 나는 매일 아침 실패하기 위해 일어나요. 나는 아무래도 부족한 인간인가 봐요" 라고 울며 뱉어내는 고백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고백이 아닐까요? 자신이 준 것보다 7살 지능의 샘에게서 더 많이 받았다는 변호인의 아름다운 고백을 들으면서, 낮추면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식물들 만큼 낮춘다는 것도 우리의 착각일지 모르겠습니다. 옥수수가 비웃을 일일지도 모릅니다 . 샘에게서 배우듯이 자연에서 내가 준 것 이상 배울 것입니다.
다음에는 자귀나무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자귀나무를 보실려면 김정렬씨집 마당에 가면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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