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서비스 | |
■ 임우진 秋田県 현청 근무 국제교류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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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는 일본여행에 대한 설문조사를 번역한 적이 있다. 간단한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 설문조사였는데, ‘일본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라는 항목에 ‘친절한 일본인’, ‘깨끗한 거리’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필자 역시 몇 년 전 배낭여행으로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조용히 미소를 띠우며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사람들, 가던 길을 멈추고 내가 물어본 곳에 데려다주는 사람들을 접하면서 일본에 왔다는 실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일본인의 친절에서 비롯된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여관 입구에 도착하자 기모노를 단정하게 차려 입은 여직원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녀는 우리 일행에게 깊이 허리를 숙여 공손히 맞이한 후 짐을 받아들고 현관으로 안내했다. 현관에 들어서니 이번에는 女将(여관의 여주인)가 무릎을 꿇고 절을 하고 “저희 여관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라며 인사했다. 할머니, 어머니의 대를 이어 3대째 女将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는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결혼하면 며느리에게 女将 자리를 물려주어 전통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한다. 곧바로 그녀는 우리를 로비의 소파로 안내해 따뜻한 녹차를 내주며 그 자리에서 체크인을 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女将를 비롯한 여관 직원들은 무릎을 꿇은 채로 황송할 정도로 시중을 들었다. 우리가 묵을 방은 5층에 있었다. 여직원은 우리를 엘리베이터에 태워주고 엘리베이터 문 밖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런데 5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 여직원이 역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이곳 직원은 손님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지만 계단을 뛰어 올라오느라 아마도 속으로는 숨이 찬 것을 겨우 참고 있을 걸.”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그 서비스 정신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짐을 풀고 조금 쉰 후 저녁을 먹었다. 대부분 일본의 여관은 방에서 식사를 하는데, 이곳은 방 바로 맞은편에 따로 식사를 하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이는 손님이 잠을 자는 방에서 식사를 하게 할 수 없다는 女将의 고집 때문이라고 한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는 이러한 세심한 배려가 손님에게는 감동을 주고 주인에게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주는 것이리라. 직원들의 정성스러운 시중을 받으며 저녁식사를 마치고 온천에 다녀오니 방안에는 이미 이불이 깔려 있었다. 이것을 보자 몇 년 전 필자가 일본의 여관에 처음 묵었을 때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로 보이는 직원이 이불을 깔러 오셨길래 당황해서 “제가 깔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라며 한사코 돌려보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일이지만 이런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남이 내 이불을 깔아준다는 것, 그것도 연세가 지긋한 분이 깔아준다는 것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다음날, 아침식사 때도 어제의 그 여직원이 무릎을 꿇은 채 옆에서 정성껏 세심하게 시중을 들어주었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모습이었다. 올해 겨우 스무 살이라고 하는데 야무지게 일을 해내는 모습에서 프로다움이 느껴졌다. 숙박을 마치고 여관을 나서는 우리에게 女将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우리가 탄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女将와 직원들은 입구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해주었다. 비록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 묵는 동안, “손님을 대하는 마음과 정성이 그 여관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에 단순히 묵어가는 곳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맡길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한다.”는 女将의 말에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서비스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는 이밖에도 친절한 서비스를 접하는 것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주유소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에 가도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직원들의 충실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예전에 한 미국인 친구가 “일본에서 지내다가 가끔 한 번 씩 미국에 가면 불친절한 서비스에 화가 날 때가 많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편의점에서는 물건은 사지 않고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와도 점원이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감사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는데, 미국에서 그랬다가는 점원과 싸우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일본인 친구는 “그 사람이 지금은 물건을 사는 손님이 아니라도 다음에 손님으로 올 수도 있는 것이니까.”라고 했다. ‘花心亭 しらはま’의 女将는 모든 손님에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 즉,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시는지, 손님이 조금만 움직여도 그 손님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챌 수 있는 서비스를 하도록 직원들에게 철저히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철저한 서비스 정신은 대를 이어가며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과 어우러져, 상업적인 서비스를 넘어선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감동을 받게 되고, 그 감동은 다시 신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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