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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일본 영화

스튜디오 지브리(スタジオジブリ)

rouman 2007. 5. 2. 19:49
 
일본을 움직이는
‘스튜디오 지브리’
■ 임우진
秋田県 현청 근무 국제교류원

11월 20일, 일본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63)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하울의 움직이는 성(ハウルの動く城)」이 일본영화 역사상 최다인 전국 450여 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했다. 제작과정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답게 전날부터 도쿄의 영화관에서는 가장 먼저 영화를 보려는 열성 관객들이 밤새 줄을 설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고, ‘개봉 이틀 만에 110만 명 관객동원’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그의 프로덕션 ‘스튜디오 지브리(スタジオジブリ)’의 힘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의 한 사람으로서 오래전부터 이 영화를 기다려왔던 필자는 개봉 소식을 듣고 일본인 친구와 함께 영화관으로 향했다. 평일이었고 극장에 도착한 시간이 영화 상영 2시간 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미 긴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일본의 극장은 지정석 제도가 아닌 선착순 자유석 제도이기 때문에 영화 티켓을 구입한 후 줄을 서 있다가 차례로 입장해 좌석을 택한다). 최근에 이렇게 긴 줄을 서야했던 영화가 없었던 터라「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영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사는 게 시큰둥한 18세 소녀 ‘소피’. 그녀는 딱히 인생 목표도 없고 이렇다할 낙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황야의 마녀의 저주를 받아 90세 할머니로 변해버린다. 절망에 빠져 황야를 헤매다, 미녀의 심장을 먹는다는 수수께끼의 꽃미남 마법사 ‘하울’이 사는 움직이는 성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해서 소피와 하울의 기이한 동거가 시작되고 갖가지 모험이 펼쳐진다.
여기서 카리스마 넘치는 꽃미남 마법사 하울은 기존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원령공주(もののけ姫)」나「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등의 모범적인 남자 주인공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왕자병에 귀찮은 걸 싫어하고 소심한 반항아이면서 자유를 꿈꾸는 매우 독특한 캐릭터이다. 이 목소리를 일본 최고의 인기 가수이자 배우 기무라 다쿠야(木村拓哉)가 더빙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영국의 동명 판타지 동화를 원작으로 한 것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작의 움직이는 성과 소녀가 할머니가 된다는 두 가지 설정을 기본 틀로 해서 이야기 자체를 대폭 수정해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3년 만의 신작인「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작 단계에서부터 줄곧 철저한 비밀에 부쳐왔다. 그러다 개봉 한 달 전부터 잡지와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 등 모든 매체를 총동원해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기 시작했다. 스폰서인 日本テレビ는「하울의 움직이는 성」 특별방송을 내보냈고 본사 사옥에서는 특별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 전시회에서는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움직이는 성과 세트, 등장인물들을 그대로 재현해 약 3만 5천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일본은 세계 2위의 영화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자국 영화의 점유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03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기타노 다케시(北野武)가「자토이치(座頭市)」로 감독상과 특별상을 받은데 이어 2005년 칸영화제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 감독의「아무도 모른다(誰も知らない)」에서 주인공을 맡은 14세 소년 야기라 유야(柳楽優弥)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국제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영화의 붐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화려한 홍보전을 펼치는 할리우드 영화들에 밀려 일본영화들은 이렇다 할 눈에 띄는 홍보도 없이 조용히 개봉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하울의 움직이는 성」는 예외였다.
물론「하울의 움직이는 성」외에도 흥행에 성공한 일본영화들이 있다. 2005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멜로물「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愛をさけぶ)」와「지금, 만나러 갑니다(いま、会いにゆきます)」이다.「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2005년 5월 개봉해 8월까지 롱런하며 관객동원 700만 명, 흥행수입 80억 엔이라는 굉장한 성공을 거두며 일본영화도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뒤이어 10월 말 개봉한「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죽은 아내가 여름 장마기간인 6주간 남편과 자식에게 돌아온다는 기적 같은 러브스토리를 다룬 영화로, 배급사조차 놀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며 개봉 2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필자가 2005년에 극장에서 본 영화는 15여 편 정도인데, 주변의 일본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이보다 더 극장을 찾는 횟수가 적은 것 같다. 가장 큰 이유는 비싼 영화 관람료일 것이다. 보통 1천700엔인데, 한 친구의 말을 빌자면,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먹는 데 드는 돈과 같은 금액이라는 생각에 선뜻 가게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 영화업계는 이러한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60세 이상의 노부부에게 할인을 적용하고, 매달 1일을 ‘영화의 날’로 정해 영화 관람료를 1천 엔으로 하고, 매주 수요일을 ‘레이디 데이(レディー・デー)’로 정해 여성 관객에 한해 1천 엔으로 할인해 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할리우드의 대형 블록버스터나 대단한 화제작이 아닌 이상은 비디오나 DVD를 대여해 집에서 싸고 편하게 본다는 사람들이 많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런 상황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불황의 여파를 타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이미 개봉 16일째에 5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기록과 타이를 기록했다. 참고로, 같은 기록을 가진 영화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작인「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ハリー・ポッターと賢者の石)」,「해리포터와 비밀의 방(ハリー・ポッターと秘密の部屋)」, 세 편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관객 2천350만 명 동원에 흥행수입 304억 엔을 기록해 애니메이션 역대 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그 기록을 충분히 능가하리라는 것이 영화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그가 앞으로 또 어떤 기록을 세울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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