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구원은 자각과 분투로 정복하는 자유의 고원이다.

시 읽는 시간

김기림 - 길

rouman 2006. 4. 18. 18:37

나의 소년 시절은은빛 바다가 엿보이는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마음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앓아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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