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위의 인용문은 일본인의 전형적인 계절감이 잘 드러나 있는 『마쿠라노소시(枕草子)』의 제1단이다. 일본인은 누구나 사계절에 대한 감각으로 「봄은 새벽녘, 가을은 해질녘」이란 문구를 자연스레 떠올린다. 봄에는 이른 새벽에 붉게 물든 동쪽 하늘, 여름에는 어두운 밤의 달빛과 반딧불이, 가을에는 해질녘의 까마귀나 기러기, 벌레소리, 겨울에는 이른 아침의 눈이나 서리 등을 아름답게 여겼다. 즉 계절의 아름다움을 시간과 자연 경물을 일치시켜 정형화한 일본적인 미의식이라 할 수 있다. 저본의 계통에 따라 다르지만, 『마쿠라노소시』는 대략 300여 개의 단으로 구성된 수필집이다. 현존하는 『마쿠라노소시』의 본문은 크게 잡찬본(雑簒本)과 유찬본(類纂本)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잡찬본이 원래의 형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 내용은 다음 세 종류로 나눌 수가 있다. 첫째, 수상적 장단(随想的章段)은 제1단과 같이 사계절에 따라 자연의 정취나 인사, 행사 등을 엮어 쓴 수필로서 작자의 날카로운 관찰력이 잘 나타나 있다. 둘째, 유취적 장단(類聚的章段)은 「산은‥‥」(11단), 「벌레는‥‥」(41단), 「얄미운 것은‥‥」(26단) 등의 제재나 주제를 먼저 제시하고, 그 주제에 따라 연상되는 내용을 나열하여 쓴 것이다. 작자의 풍부한 연상은 독자로 하여금 당시의 자연과 인간사에 대한 의식구조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셋째, 일기회상적 장단(日記回想的章段)은 「5월 1일은‥‥」(3단), 「관백님이 돌아가신 뒤 ‥‥」(141단) 등과 같이 궁중생활의 체험을 작자의 일기 형식으로 회상하여 기술한 장단이다. 이 장단은 작품 전체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다.
작자
세이쇼나곤(清少納言, 966?~1025?)은 정확한 생몰 년도가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대략 966년경에 태어나 헤이안(平安)시대 중기에 활약한 여류 수필가이며 가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여성들은 실명을 부르지 않았기 때문에, 세이쇼나곤이란 이름도 궁중에 출사한 후에 불리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이(清)는 기요하라(清原)씨를 말하는 것이나, 쇼나곤(少納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분명하지 않다. 세이쇼나곤을 낳은 기요하라(清原)씨는 대대로 학자와 가인의 집안이었다. 증조부 후카야부(深養父)는 고킨슈(古今集)에 와카(和歌)가 실려 있고, 아버지 기요하라 모토스케(清原元輔)는 『만요슈』(万葉集)를 훈독하고 『고센슈』(後撰集, 951)를 편찬한 학자이며 가인이었다. 이러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의 재능은 『마쿠라노소시』 전편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시대의 여류 작가 무라사키시키부(紫式部)로부터 너무 현학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세이쇼나곤이 살았던 헤이안 시대는 남편과 애인의 구별이 지극히 애매한 시절이었다. 그녀는 16살 경에 다치바나 노리미쓰(橘則光)와 결혼하여 아들 노리나가(則長)를 출산하지만 이혼한다. 그리고 후지와라 무네요(藤原棟世)와 재혼하여 딸 고마(小馬) 등이 태어나지만, 27살이 되는 993년 데이시(定子) 중궁의 궁녀로 출사하게 된다. 세이쇼나곤은 궁중생활을 하면서도 당대 최고의 가인이며 지식인이었던 후지와라 사네카타(藤原実方) 후지와라 긴토(藤原公任), 후지와라 다다노부(藤原斉宣) 등의 귀족들과 허물없이 와카와 한시문을 증답하는 등 친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이쇼나곤의 재능과 궁중생활의 체험이 일본 최초의 수필집인 『마쿠라노소시』를 쓰게 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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