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유학 중인 정미숙 씨는 오늘 같은 한국 유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침 오늘은 친구 이정희 씨의 생일(誕生日)이라서 다 함께 축하(お祝い)해주려고 케이크(ケーキ)도 샀다. 이제 오기로 한 친구들이 모두 모이고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와 술을 주문하려고 한다. 정미숙 씨는 친구 생일을 위해 사온 케이크를 어떻게 할까?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리고 그 이유는?
① 특별히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가져간 케이크를 그냥 먹는다.
② 음식점 관계자에게 먹어도 될지 물어보고 괜찮다고 하면 먹는다.
③ 그 음식점에서 산 것이 아니므로 음식점에서는 먹지 않는다.
이 설문에 대해 ③‘그 음식점에서 산 것이 아니므로 음식점에서는 먹지 않는다’고 답한 한국인 유학생은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 음식점에서 케이크를 판매한다면 그 음식점의 것을 주문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①‘특별히 문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가져간 케이크를 그냥 먹는다’는 대답을 한 사람은 약 20%였다. 나머지 약 80%가 ②‘음식점 관계자에게 먹어도 될지 물어보고 괜찮다고 하면 먹는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은 ‘한국에서였다면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먹겠지만, 일본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였는데, ‘일본에서는 가져간 음식물을 먹으면 안 되지만, 일부러 준비해 간 것이고, 또 일본이라고 해도 모든 음식점이 다 같다고는 할 수 없으니 일단 물어보고 괜찮다고 하면 먹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전이 친구 생일이었는데 음식점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괜찮다고 해서 케이크를 먹은 적이 있다. 축하하는 의미로 먹는 것이니 양해를 얻을 수 있다면(了解を得られれば)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대답도 있었다. 또 ‘말하지 않고 그냥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미리 음식점 사람에게 물어보고 나서 먹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먼저 물어보는 사람도 많다’, ‘한국에서 음식점에 케이크를 가져가면 음식점 사람은 생일이라는 것을 알고 축하 음악을 틀어주고 축하의 말도 해주며 선물을 주기도 한다. 그러면 생일인 사람은 가져간 케이크를 그 음식점의 종업원과 손님들에게도 나누어준다’는 대답도 있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이런 경우 어떻게 하는지, 한국과 비교하면서 자세히 살펴보자.
- 해설 -
①과 ②를 택한 사람들의 답변 중 공통되는 것은 ‘한국이었다면 그냥 먹을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먹어도 되는지를 물어보고 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그 음식점에서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지 않다면 가져간 것을 먹는 것은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일본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가져간 케이크를 먹으면 안 된다’는 답변도 나왔는데, 그렇다면 일본의 사정은 어떨까? 물론 단골 음식점이거나, ‘음식점 사람에게 물었더니 괜찮다고 해서 가져간 케이크를 먹었다’는 답변 내용처럼, 음식점에 따라서는 가져간 음식을 먹어도 되는 경우도 있다. 단, 음식점 사람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먹는 경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음식점 사람에게 생일이나 합격 축하(合格祝い) 자리라는 등의 사정을 설명하고 ②와 같이 음식점 사람에게 가져간 음식을 먹어도 될지 물어본 후 괜찮다고 하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음식점 중에 ‘음식물 반입(持ち込み)’을 문제 삼거나 불허하는 곳이 많은 것은, 물론 그 음식점에서 취급하고 있는 음식이나 음료 대신 가져간 것을 먹거나 마시면 그 음식점의 매상에 영향이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지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손님이 본인이 가져온 음식을 먹고 식중독(食中毒) 등의 증상을 일으키면 음식점이 책임을 물게 되거나 신용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이다.
음식물 반입뿐 아니라, 음식을 다 못 먹고 남겨서 아까우니까 싸달라고 해도 손님이 그것을 언제 먹을지 알 수 없으니 나중에 식중독이라도 걸리면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포장(持ち帰り)’을 해주지 않는 음식점도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③과 같이 음식점에 다른 음식을 가져가서 먹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답 중에도 있었듯이 일본이라고 모든 음식점이 다 같다고는 할 수 없으니, 일단 물어보는 것은 특별히 문제가 없다. 한국에서는 음식점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된다고 해서 일본에서도 똑같이 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미리 양해를 구하고 먹는다면 기분 좋은 축하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