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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자각과 분투로 정복하는 자유의 고원이다.

일본 문화/한일문화

겉치레 말의 本音(진심)와 建前(표면적 원칙)

rouman 2007. 5. 2. 19:54
겉치레 말의 本音(진심)와 建前(표면적 원칙)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일 때문에 한림대학이 있는 강원도 춘천시에서 서울로 잠시 주거지를 옮긴 일이 있다. 어느 날 친하게 지내는 한국인 B교수와 조수, 학생이 한데 어울려 잡담을 하다가 내가 이사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 집은 B선생님 집에서 걸어서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니 다음에 부인이랑 함께 놀러오세요. 여러분도 꼭요.」
그러자 B선생님은 다소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모두들 알고 있겠지? 일본인이 이렇게 말하며 초대해도 진짜로 찾아가서는 안 되는 것을……」
하고 말에 초를 쳤다.
에누리 없는 본심에서 초대했던 나는,「네~? 진심이라니까요. 진짜로 와주세요.」하고 거듭 말했다. B선생님은 평소에도 서로 하고 싶은 말은 할 만큼 동료라기보다 친구에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때문에 나도「그런 말투는 실례다」 하고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진심으로 와주기를 바란다며 재차 열을 내어 전했고, 모두들「그럼 사이토 선생님의 말은『建前』가 아닌 것으로 알겠습니다」하며 겨우 이해해주었다(……고 생각한다).
B선생님의 지적은 일본인에 대한 한국인의「本音」인 것 같다. 예전에 일본으로 유학 간 김아무개 씨가 일본인 친구로부터 이사했다는 엽서를 받았는데, 그 내용 중에「お近くにお越しの際はお気軽にお立ち寄りください(근처에 오실 때는 편안하게 들러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정말로 집에 찾아갔다더니 일본인은「갑자기 웬일이야?」하며 놀라더란다. 김아무개 씨는 오라기에 갔더니 난처한 얼굴로 자신을 대해 매우 상처를 받아 분노와도 같은 슬픔을 느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로부터도「일본인이 놀러오라고 초대해주어도 가면 안 된다는 게 사실이에요?」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있다. 이사나 결혼을 알리는 엽서의「お近くに~(근처에 ~)」라는 문구는 일본적인 관습에서 일면 겉치레 말에 지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반 상투적인 표현이기에 정말로 오리라고는 생각치 못 하기도 한다.「本音」를 말하면 누구나 어느 때라도 와주기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인은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할 때 실례가 되지 않도록 대접하고 싶어 청소, 식사, 차 등의 준비로 많은 시간을 들인다. 늘 오가는 친구나 연인 사이라면「방이 어지러워도 참아」,「아무 준비도 못 했어」하고 끝내지만, 처음 찾는 손님이나 가끔씩 밖에 오지 않는 상대방에게는 자기 집이어도 남에게 보일 수 있을 만큼 정리해두고 싶은 것이다.「お気軽に~(편안하게~)」하고 초대받은 쪽도 그 정도의 미묘한 사정은 알고 있으니 마침 근처까지 갔어도 들리지 않거나 정말로 들를 때에는 며칠 전에 미리 연락을 취한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겉으로는「お気軽に~」하고 말해도 속으로는「前もって連絡してほしい(미리 연락해주기 바란다)」라는 일본인에게서 모순을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때문에 앞서 말한 김아무개 씨와 같은 경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お気軽に~」라는 문구를 쓰는 일본인 쪽에서도「来る前に電話してください。おいしいお茶を用意しておきます(오기 전에 전화주세요. 맛있는 차를 준비해두겠습니다)」라는 문장을 덧붙이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인 친구 집을 찾으면 늦게까지 이야기에 빠지거나 하여 생각지도 못 하게 묵어야 할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극진한 음식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무엇보다도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정말로 따뜻한 대접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돌아갈 때 하는「또 놀러 와」라는 말도 단순한 겉치레 말이 아닌 본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말을 하면 일본인은 너무나 서먹하여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로부터 평판이 나쁜 듯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친구로부터 들은 다음 이야기에서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국인과 일본인은 참 비슷해요. 처음에는 거리를 두지만 시간을 들여 사이가 좋아지면 정말 따뜻하게 대해줘요. 예전에 영국인 친구 집에 머물렀을 때 내가 언제 일어나도 갓 차린 아침 식사를 먹을 수 있도록 주인이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에서 준비해뒀어요. 게다가 그런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묵묵히 해주었죠. 일본인도 그런 게 아닐까요? 미국처럼 자기 좋을 때에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마음대로 적당히 먹으라는 스타일과는 상당히 다르죠.」
손님을 맞는 스타일에도 나라나 집안에 따라 차이는 있다. 하지만 멋진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즐겁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 그 자체는 필시 어느 나라, 어느 집안이든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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