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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한일문화

경어에서 볼 수 있는 한일의 차이

rouman 2007. 5. 2. 20:20
경어에서 볼 수 있는 한일의 차이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한국어와 일본어 모두 경어가 있다. 그런데 그 용법이나 사용법은 조금씩 다르다. 경어는 그 쓰임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는 경우도 많고 그 사용법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한편에서는 경어의 사용법을 보고 그 사람의 교양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유교의 나라 한국에서도 손윗사람에게 정확한 경어를 쓰는 것이 예의이고, 또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올바른 경어를 쓰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경어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 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 그 노하우가 담겨진 서적이 팔리고 있다나.
그런데 한국어와 일본어의 경어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개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는 일본어의 경어는 상대경어이고 한국어의 경어는 절대경어라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회사에서는 사원이 전화로 대답할 때 다음과 같이 말한다.
「部長の川村は、ただ今出張しておりますが。(가와무라부장은 지금 출장 중입니다만)」
이 문장은 안과 밖을 구별하여 밖에 대해 안을 낮게 표현하는 일본인의 사고방식이 기반이 되어 있다.
회사뿐 아니라 가정의 경우에도 안과 밖을 표현하는 방법은 같다.
「父は今日はアメリカに参りました。帰国は十日後になります。(아버지는 오늘 미국에 갔습니다. 10일 후에 귀국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한국어의 경어 표현으로 바꾼다면 다음과 같이 된다.
「가와무라 부장님은 지금 출장 중입니다만(部長様の川村氏は、ただ今出張していますが)」
「아버님은 오늘 미국에 가셨습니다. 10일 후에 귀국입니다(お父様は今日アメリカにいらっしゃいました。帰国は十日後になります)」
위의 문장에서 알 수 있듯 한국어에서는 일본에서 안이라 생각하여 낮추고 있는 자신의 회사 상사나 자신의 부친에게 경어를 쓰고, 밖과 대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한국어의 경어는 안이든 밖이든 자기보다 손윗사람,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사람 등에게는 경어를 쓰는 절대경어인 것이다. 역으로 아랫사람과는 친밀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실례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일본에 유학한 일이 있는 한국인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일본에서 유학을 갓 시작했을 때 한국어와 일본어의 경어 사용법의 차이를 몰라 실수한 적이 있죠. 신세를 졌던 선생님 댁에 식사 초대를 받아 갔을 때 다섯 살 난 선생님의 아들에게 「早く食べろ(어서 먹어)」라고 했는데, 그 아이가 겁을 먹은 거예요. 한국에서는 상대방이 아이라면 거의가 「먹어(食べろ)」라고 말하기 때문에 똑같이 했을 뿐인데……. 이것이 일본에서 제가 한 첫 번째 실수였죠.』 이와 반대로 일본인 동급생과 이야기 할 때 반말투가 서툴러 분하게 여겼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같은 입장의 급우와 이야기하지만 자신은 늘 「です・ます체」이고 상대방은 반말투여서 자신의 지위가 낮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때때로 나도 학생으로부터 「선생님, 우리들한테는 반말로 이야기하세요. 그렇게 하는 게 더 친해질 수 있거든요.」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명사나 조사에 경어가 있거나 존경의 접미어를 「선생」 밑에 붙이는 등 일본과 다른 점이 많다. 예전에 영문과 선생님이 일본의 우리 집으로 편지를 보내주었는데, 편지봉투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斎藤明美教授様」
이는 한국어의 「교수님」을 그대로 쓴 것인데, 너무나 과장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본어의 「先生」와 같은 느낌으로 「교수님」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한 에피소드를 보는 것만으로도 경어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상대국의 경어 사용법을 이해하는 것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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