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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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한일문화

친절이란?

rouman 2007. 5. 2. 21:07
친절이란?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 길을 잃었다면?
한국 사람이 일본인은 친절하다고 말할 때 다음과 같은 예를 많이 든다.
「일본에서 길을 물었을 때 아주 자세하게 대답해주고, 그 장소까지 함께 가준 일이 있어요. 그때, 일본인은 정말 친절하다고 생각했죠.」
외국에 있으면, 아니 국내에서도 가고 싶은 장소를 찾지 못 해 헤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하면 자세히 알 수 있어 편리해졌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길을 헤매는 일이 있다.
나도 한국에서 길을 묻는 일이 자주 있다. 그리고 묻는 상대는 행인일 경우가 많다. 그런데 1984년에 일본의 국립국어연구소가 일본과 독일의 언어행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독일인이 길을 묻는 상대방은 행인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반해, 일본인은 가게 사람에게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로서, 독일의 가게는 입구를 들어갈 때 무거운 문을 밀어야 하고 길을 묻기 위한 목적만으로는 들어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길을 묻는 상대 하나만 보아도 나라에 따라 그 감각은 다르다. 물론 누군가가 길을 물어올 때의 대답 방식도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일본인이기 때문에 모두가 목적지까지 함께 가준다고는 할 수 없다.

● 대답하는 것이 친절?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길을 물으면, 「몰라요」 하고 대답하는 사람은 적다. 하지만 가르쳐준 대로 가면 목적지를 찾지 못 하는 일도 많다. 즉, 잘못된 길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어느 날 택시로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 갔는데, 택시 기사님이 학생에게 찾는 건물의 장소를 물어보니 학생에 따라 말이 달라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의 나는 길을 물을 때 적어도 세 명 정도에게는 꼭 묻고 있다.
일본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역 근처에는 꼭 파출소가 있어 이곳을 찾아 길을 물으면 친절하고 정확히 알려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파출소의 경찰관에게 길을 묻는 습관은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다.
「일본인은 확실히 알고 있으면 가르쳐주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지만 한국 사람은 대략적인 방향만이라도 알고 있으면 확실하지 않아도 가르쳐주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친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고 가르쳐주었다.
덧붙여,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15분 정도가 걸리는 곳이어도 친절하게 동행해주는 사람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또 미국 등에서는 자기 차로 데리고 와서 길을 안내해주거나 겸사겸사 추천 관광지까지 데려다주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어느 쪽이든 자기 시간이 느긋할 경우에 한할 테지만.

● 친절인가 폐인가
백화점에서의 접객도 조금 다른 것 같다.
한국에서는 가령, 스웨터를 사려고 매장에서 상품을 보고 있으면 점원이 다가와,
「이 스웨터는 어때요? 잘 어울리는데요. 마음에 안 드세요? 그럼, 이쪽 건 어때요?」 하는 식으로 연이어 질문과 추천을 반복하며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상당히 좁은 거리까지 다가온다.
마음이 약한 일본인은 이럴 때면 사고 싶지 않아도 사게 될지 모르겠다. 혹,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혼자 천천히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은 점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따라오지 않으면 왠지 무시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한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이 친절한 점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 여성이 백화점에 갈 때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좋은 핸드백을 들고 간다고 한다. 그러면 점원이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해준다나. 한편, 유럽 등지에서는 물건을 볼 때 점원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으면 만질 수조차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혼자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일도 있다.
누구라도 상냥하게 대해주면 좋겠지만 일본인의 경우에는 점원이 너무 친절하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버리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반대로 나이가 지긋한 사람 중에는 친절하게 대해준다는 이유로 비싸도 그런 가게에서 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최근에는 이런 점원을 좀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는 듯하여 나라에 따른 차이가 아니라 세대에 따라서도 친절에 대한 느낌은 변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