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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한일문화

일본의 지역색깔

rouman 2007. 5. 2. 21:37
일본의 지역색깔
■ 임우진
秋田県 현청 근무 국제교류원

얼마 전 필자는 관동지방(関東)과 관서지방(関西)의 맛의 차이에 대한 흥미로운 잡지기사를 읽었다. 교토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평범한 샐러리맨 A씨. 교토에서 나고 자란 교토 토박이인 그는 입사 5년 만에 본사인 도쿄로 발령을 받게 되고,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를 불안하게 한 원인은 바로 ‘맛’이었다. 우동을 유독 좋아하던 그는 관동지방의 우동이 국물이 진하고 맛이 없다는 소문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도쿄에 상경하자마자 그는 우동가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우동을 입에 넣는 순간,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딱히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 그는 며칠동안 여러 음식점을 전전하며 입맛에 맞는 우동을 찾아 헤맸으나 실패하고, 결국 스스로 우동을 만들어 먹기로 결심했다. 슈퍼마켓에서 간장과 면 등 재료를 사서 교토에 있을 때 만들어먹던 그대로 우동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또 한번 절망하고 말았다. 재료가 달라서 교토의 우동 맛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도대체 관동지방과 관서지방의 맛이 어떻게 다르기에 A씨를 이토록 절망케 한 것일까?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간장 맛이 다르다. 관동지방의 간장 맛은 진하고 관서지방의 간장 맛은 연하다. 둘째, 국물의 차이다. 관동지방에서는 국물을 낼 때 가다랭어포(かつおぶし)를 주로 쓰고, 관서지방에서는 다시마(こんぶ)를 주로 쓴다. 마지막으로 당분과 염분의 농도 차이다. 관동지방은 달고 짠 맛이 강하고 관서지방은 싱거운 편이다.
이러한 차이는 시판되는 컵우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カップヌードル’, ‘赤いきつね’와 같은 인스턴트 라면·우동 제조업체로 유명한 日清食品은 관동 입맛과 관서 입맛의 두 가지 버전의 컵우동을 판매하고 있다. 컵우동마저도 따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관동과 관서의 맛은 다른 것이다.
관동지방과 관서지방은 맛뿐 아니라 다른 여러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일단 지리적으로 보면, 관동지방은 東京를 중심으로 神奈川, 千葉, 埼玉, 茨城, 群馬, 栃木를 포함한 지역이고, 관서지방은 大阪를 중심으로 京都, 奈良, 兵庫, 滋賀, 三重, 和歌山를 포함한 지역이다. 관서지방에 속한 京都는 헤이안시대(平安時代)부터 천여 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도시이다. 그 뒤를 이어 수도가 된 것이 관동지방의 江戸(지금의 東京)로, 에도시대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수도로 자리하고 있다.
언어 면에서도 도쿄의 표준어와 관서지방의 사투리인 ‘関西弁’은 확연히 다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관서지방 출신의 코미디언들이 엄청난 붐을 일으키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지금도 관서지방 출신들이 코미디계를 꽉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さんま, ダウンタウン, ロンドンブーツ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들 덕분에 関西弁은 ‘전국 공통어’가 되었다.
이번에는 관동 사람과 관서 사람의 기질의 차이를 살펴보자. 다음 대화는 소비성향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먼저 관동 사람의 경우에는,
A:これ、いくらしたと思う?(이거 얼마짜리 같아?)
B:高そうだね。いくらしたの?(비싸 보이는데. 얼마야?)
A:3万もしたのよ。ついに買っちゃった。高かったけど、やっぱいい物はいいよね。(3만 엔이나 하더라. 그냥 사버렸어. 비싸긴 하지만, 역시 비싼 물건이 좋지.)
이에 반해 관서 사람은,
A:これ、なんぼした思う?(이거 얼마짜리 같아?)
B:高かったんちゃうん?(비싼 것 같은데?)
A:それが何とたっだの3千円。買いもん上手やなぁ思もて、我ながらうれしなってきたわ。(그게 겨우 3천 엔인 거 있지. 쇼핑 잘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분 좋아.)
관동 사람은 비싼 물건을 샀다고 자랑하고, 관서 사람은 물건을 싸게 샀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밖에도, 관동과 관서 사람의 기질을 알 수 있는 표현들이 많이 있다.
・江戸っ子は、宵越しの銭は持たない(도쿄 토박이는 그날 번 돈은 그날 다 써버린다)」
・京都十代、東京三代、大阪一代(교토 10대, 도쿄 3대, 오사카 1대). 교토에서는 10대가 계속 교토에 살아야 교토 사람으로 인정을 해주고 도쿄는 3대, 오사카는 1대라는 의미다. 교토는 타지방 사람에 대한 배타적 기질이 강하고, 도쿄는 그만큼 정착해서 살기에 힘든 곳이고, 오사카는 개방적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京都の着倒れ、大阪の食い倒れ、江戸の買い倒れ(교토 사람은 옷을 사느라, 오사카 사람은 먹느라, 도쿄 사람은 여색을 즐기느라 재산을 탕진한다).
・東京はお茶を飲んで、大阪は食事して、博多は一緒に遊んで友達になる(도쿄 사람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친구가 되고, 오사카 사람은 식사를 하면서 친구가 되고, 하카타 사람은 함께 놀면서 친구가 된다).
・京都は過去に生き、東京は現代に生き、神戸は未来に生きる。そして大阪は今日の夕方まで生きる(교토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고, 도쿄 사람은 현재를 중시하고, 고베 사람은 미래를 생각한다. 그리고 오사카 사람은 바로 눈앞의 일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관동지방과 관서지방의 차이를 주로 예로 들었지만, 일본은 각 지역마다 매우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섬나라인 일본은 그 안에서도 또 北海道, 本州, 四国, 九州의 네 개의 섬과 4천 여 개의 작은 섬들로 나누어진다. 지역적 색깔이 뚜렷한 것은 이러한 지리적 조건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일본의 서점가에서는 대인관계에 있어서 지역색깔의 차이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충돌이나 문화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일본의 각 지방의 생활습관과 사고방식, 기질 등을 구체적으로 다룬 서적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출신지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매우 강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지역을 경시하거나 배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서로 다른 차이가 발전을 위한 촉진제가 되어 선의의 경쟁을 하느냐, 아니면 지역감정이라는 폐단을 낳느냐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선택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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