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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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한일문화

어떤 색 옷을 입나요?

rouman 2007. 5. 2. 21:43
 
어떤 색 옷을 입나요?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2, 3년 전 여름의 일이다. 도쿄에 있는 대학에서 한일의 대학원생과 교수들이 참가한 합동 세미나가 열렸다. 그날은 몹시 무더웠지만 냉방도 그다지 잘 되지 않았다. 발표자는 일본 측이 학생 5명과 교수 3명이었고 한국 측의 학생과 교수도 거의 비슷한 숫자였던 것 같다.
발표 내용은 흥미진진했고 질의응답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나는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의 여자 대학원생들이 발표할 때에 입고 있던 옷의 색이었다. 거의 전원이 검은색의 정장이나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는 검정색이나 어두운 계열의 정장을 입는 일이 있지만 국제 학회와 같은 자리에 여성 참가자의 거의 전원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나오는 일은 좀처럼 없다.
며칠 전 TV에서 국회 중계를 보면서 한일 의원들의 옷 색깔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TV 카메라가 비추는 일본의 국회 모습은 검은색 벌판에 점점이 붉은색과 푸른색, 분홍색과 녹색, 노란색 등 원색의 꽃이 피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원색의 꽃은 여성 의원들의 옷이다. 따라서 얼굴을 보지 않아도 여성 의원이 어디에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본처럼 붉은색이나 노란색의 꽃은 피지 않는다. 즉, 여성 의원이나 남성 의원이나 모두 검은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나는 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한국인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학회나 세미나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는 검은색 옷을 입고 나오는 사람이 많아요. 계절에 관계없이 검은색은 점잖은 느낌을 주어 입기 편하죠. 그리고 일본처럼 여성 의원들이 붉은색이나 노란색의 화려한 옷을 입고 국회에 나오는 일은 좀처럼 없어요. 만약 그렇게 입고 나온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점잖치 못 하게’ 하고 여기는 사람도 있겠죠. 대학 교수도 그렇지 않나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일본에서도 사립학교의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에는 남녀 선생님 모두 검정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에 열리는 세미나에 여성 발표자가 연이어 검은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것을 보았을 때는 더 시원하고 밝은 색 옷을 입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검은색은 점잖은 자리에 참석할 때 입는 옷의 색인 동시에 상복(喪服)의 색이기도 하다.
또한 일본에서는 미혼 여성들이 친구나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에는 특히 화려한 색이나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흰색은 신부의 웨딩드레스 색과 겹치기 때문에 피하는 듯하지만…….
색채에 대한 이미지와 사고방식은 나라나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가령, 초등학생이 태양을 그릴 때 일본에서는 붉은색을 사용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미국에서는 노란색으로 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신호등이 「青信号」라고 해도 정작은 녹색인 경우도 많은데, 옛날부터 일본에서는 청색과 녹색의 구분이 없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青葉が目にしみる(신록이 눈에 스미다)
「目には青葉 山ほととぎす 初鰹」(눈으로는 신록, 귀로는 두견이의 울음, 입으로는 햇가다랭이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초여름의 세 가지 즐거움 표현한 山口素堂의 하이쿠).
이들 말이나 하이쿠는 일본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데,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青葉」의 색은 청색이 아니라 녹색이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청색과 녹색에 대한 이미지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blue」와 「green」이 각각 다르게 사용된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 학생들이 「우와~」 하고 함성을 질렀던 적이 있었다. 이때 학생들은 「선생님, 오늘 무슨 좋은 일 있나?」와 「대학 교수가 왜 저런 화려한 색의 옷을 입었을까?」 하는 두 가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따스하고 상쾌한 계절에 여러분은 어떤 색의 옷을 입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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