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의 미덕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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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부터 중간고사네……. 아직 아무것도 못 했는데. 매일 동아리활동으로 녹초가 되니, 집에 가면 푹 쓰러지기 바빠.」 「또 그 소리야. 야마모토, 요전에도 학교에서 3등 했잖아. 맨날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 영어도 100점만 맞구……. 좋겠다. 난 동생이랑 같은 방 써서 시끄러워 공부가 안 돼. 어차피 해도 안 되니 애당초 안 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내일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것 같은데, 둘 다 얼마나 공부를 안 하는지에 대해 내기라도 하는 듯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의 고등학생, 아니 초등학생, 중학생, 그리고 대학생 사이에서도 이런 대화를 자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어딘지 이상하다. 시험을 치를 학생이라면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도 좋지 않을까. 실제로 야마모토와 같이 입으로는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같은 입장의 학생일 경우에는 앞의 대화와 같이 얼마나 공부하지 않는지를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일까? 일본어에는 「謙遜の美徳(겸손의 미덕)」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신을 가급적 내세우지 않으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로 행동한다는, 상대방에 대한 일본식 배려인 것 같다. 이러한 배려는 학생에 국한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남에게 선물을 할 때도 「つまらない物ですが、どうぞ(변변치 않은 거지만 받으세요)」 하며 선물마저도 낮춰버린다. 한국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고, 한국인도 겸손하지만, 일본인만큼은 아닌 것 같다. 가령, 한국에서는 시험 전에 학생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일도 있다. 「시험공부, 열심히 하고 있니?」 「네. 어젯밤도 밤을 새워서 오늘은 졸리네요. 하지만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오늘도 못 잘 거 같아요.」 학생도 내가 선생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겠지만, 학생이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도쿄에서 개최된 일본어 관계의 모임에 한국인 선생님과 함께 참석했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첫 번째로 연설하게 된 한 선생님이 「僭越ではございますが(외람되지만)」나 「不肖……(불초……)」 같은 말을 늘어놓으며 자신은 이러한 자리에 설 수 있을 만한 훌륭한 인물이 아니라는 태도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때 이를 듣고 있던 한국인 선생님이, 「일본인은 연설 첫머리에 늘 저런 말을 하네요. 미국인은 농담 같은 걸 하며 회장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 한국인도 이런 말은 안 써요.」 라고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는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썰렁한 농담을 한다면 대단히 불쾌한 표정을 지을지 모른다. 또한 남에게 칭찬을 받은 경우에도 대부분의 일본인이, 「そんなことありませんよ(그렇지 않아요)」, 「とんでもございません(당치도 않습니다)」 하고 부정 표현으로 답을 한다. 이것도 자찬하지 않고 상대방보다 자신을 낮추는 것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일본식 방법일 것이다. 이 외에도 자신의 처를 「愚妻」, 자식을 「愚息」, 「豚児」라고 하거나 선생님에 대해 자신을 「不肖の弟子」라고 하는 일도 많다. 또한 테이블 위에 식사를 잔뜩 준비했는데도 「何もありませんが召し上がってください(아무 것도 없지만 많이 드세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일본식 겸양법에 대해 일본의 사회심리학자 사이토 이사무(齊藤勇)는 「일본인에게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언어적 자기 비하 표현은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상조작을 위해 마음속과는 다른 내용의 언어 표현이다」고 하는데, 이는 일본인끼리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빠뜨릴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접하는 경우에는 결코 좋은 결과만 이끌어낸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양복 정말 멋있네요. 색상이랑 디자인도 좋고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래요? 벌써 5년이나 전에 산 낡은 겁니다만.」 하고 대답하는 것도 좋지만 「감사합니다. 5년 전 생일에 애인이 선물해준 건데, 저도 이게 너무 좋습니다.」 하고 대답해도 상대방에게 결코 실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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