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구원은 자각과 분투로 정복하는 자유의 고원이다.

일본 문화/한일문화

거절하는 방법의 차이

rouman 2007. 5. 6. 02:03
거절하는 방법의 차이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일전에 한국에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S씨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幼稚園の先生が言ってたけれど、韓国の子供は嫌な時は皆、大きな声で、シロー[いやー]というのに、日本人の子供は、嫌だという言葉は使わないで、皆でエーッというんだって。日本人は嫌でも嫌だといえないのかしら。(유치원 선생님이 말했는데, 한국 아이들은 싫을 때는 모두 큰 소리로 싫어라고 하는데, 일본 아이들은 싫다는 말은 사용 안하고 모두들 에이~라고 한대. 일본인은 싫어도 싫다고 못하는 건가?)」
분명 「싫다」, 「안된다」 같은 부정적인 대답을 해야 하는 경우, 일본인과 한국인은 다른 것 같다. 우리들 일본인은 친구 등으로부터 갑자기 권유를 받았을 때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이렇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ねえ、今日、会社の帰りに一杯やらない?(저기, 오늘 회사 끝나고 한 잔 안 할래?)”
“今日ですか、うん、今日はちょっと。(오늘요? 음, 오늘은 좀)”
“だめなの? 残念だなあ。じゃあ、また今度。(안돼? 안타깝군. 그럼, 다음에)”
권유한 사람은 「오늘은 좀」과 같이 말할 뿐 갈 수 없다는 분명한 답이 없고, 무엇 때문에 갈 수 없는지에 대해 아무 설명도 없는 것이다. 권유한 사람 측에서도 왜 사양하는지 반문하는 사람이 적다.
일본에 유학하던 한국 친구는 일본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아 이 「ちょっと」 때문에 무척이나 시달렸다고 한다. 「ちょっと」 뒤에 이유가 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친구는 이 말이 거절하는 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분명 「ちょっと」는 「すみません」과 함께 일본 특유의 모호한 표현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일본인은 분명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社会言語学への招待』(ミネルヴァ書房)에서는,
「미국인은 파티의 초대를 거절할 때는 우선 그 파티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말하거나 멋진 초대라고 전한 후에 못 간다는 뜻을 알리고 그 이유를 말하는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 한편 일본인은 가고 싶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적극적인 설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해를 낳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일본인은 “좀 일이 있습니다.” 같이 말하여 거절하는 이유를 얼버무리는 경향이 있다」고 쓰고 있다.
이를 보면 모처럼 초대해주었는데 기뻐하지도 않고 분명한 이유를 대지 않는 일본인은 도대체가…… 하고 생각해버리게 된다. 물론 다른 연구자의 논문에서는 「日本人はまず、ありがとう、嬉しいわなどと言ってから断る場合が多く、韓国人は、まず断ってから、最後に、次はぼくがおごるからという言葉を加える。(일본인은 먼저 고맙다 기쁘다 같이 말하고 나서 거절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인은 먼저 거절하고 마지막에 다음에는 내가 살게라는 말을 덧붙인다)」라는 보고도 있다.
단, 어느쪽이나 일본인이 거절하는 방법은 모호한 것 같다. 그에 비해 한국인은 내 경험상 분명하게 거절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유의 대다수는 약속이 차지한다.
나와 학생이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金さん、金曜日の夜、一緒に食事でもしませんか。(김군, 금요일 저녁에 함께 밥이라도 먹지 않을래?)”
“金曜日ですか、金曜日は友だちと約束がありますので、ご一緒できません。すみません、先生。(금요일요? 금요일은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함께 먹을 수 없겠는데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한국에 막 왔을 때에는 이렇게 거절을 당하게 되면, 이내 「어떤 약속? 그 약속은 나보다 중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왠지 서글퍼졌었다.

일본인의 「ちょっと」라는 모호함 안에는 이렇게 이유를 말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배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미묘한 감각까지 간파할 수 없는 외국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분명하게 거절하고 그 이유를 전달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덧붙여, 한국인 선생님에게서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한국인이 거절하는 이유에는 제사가 있어서라는 경우도 많아요.”
과연 한국은 제사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거절하는 이유에도 많을 것이다. 여하튼 한국과 일본은 그 거절하는 법에 있어 조금의 차이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