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구원은 자각과 분투로 정복하는 자유의 고원이다.

일본 문화/한일문화

당신은 강아지파(派)? 고양이파?

rouman 2007. 5. 11. 03:11
  
 
 
당신은 강아지파(派)? 고양이파?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일전에 학생들과 차를 마시면서 애완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전 집에서 개를 키우고 있는데, 선생님은 어떤 애완동물을 좋아하세요? 강아지인가요 아니면 고양인가요? 설마 벌레를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 “물론 벌레는 아니지만, 어려운 질문이군요. 개도 좋아하지만, 굳이 고른다면 고양이 쪽일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 놀란 듯했다.
“우리들은 대부분이 개를 좋아해요. 선생님은 왜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학생들의 대부분이 개를 좋아한다는 대답을 듣고 오히려 내가 깜짝 놀랐다.
“어머, 모두 개를 좋아해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러자 한 남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개는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잖아요. 주인이 말하는 것을 잘 듣죠. 그런데 고양이는 주인이 조금 괴롭히거나 하면 반드시 앙갚음을 하잖아요. 게다가 그 울음소리도 왠지 아이 울음소리랑 비슷해서 고양이한테는 무서운 이미지가 있어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나는 어릴 적에 집에서 키웠던 유키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떠올렸다. 평소에는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자는 매우 귀엽고 얌전한 고양이었지만 2, 3일 정도 혼자 남겨두고 여행을 갔다고 돌아오면 집안 구석구석을 어질러서 무척 힘들게 했었다. 하지만 유키를 혼자 집안에 남겨두고 나간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고양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함께 차를 마시고 있던 학생들이 모두 개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나는 나라와 지역에 따라 동물에 대한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도 개를 좋아해서 키우는 사람이 많지만, 일본어에는 「犬の遠吠え(겁쟁이가 뒤에서 허세를 부리거나 비난하는 것을 일컫는 말)」나 「~の犬(∼의 개[앞잡이])」, 「犬死(개죽음)」와 같은 말이 있어 마이너스적인 이미지가 있다.
물론 고양이에 대해서도 「猫ばば(잘못을 저지르거나 물건을 줍고도 모른 척하며 시치미를 뗌)」, 「化け猫(사람으로 둔갑하는 능력이 있는 고양이)」, 「猫をかぶる(본성을 숨기다)」와 같은 좋지 않은 이미지도 있지만, 귀여운 여성을 가리켜 「子猫ちゃん」 하고 좋은 이미지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 『社会言語学への招待』(ミネルヴァ書房)에서 사토 케이코(佐藤恵子)는 「고양이는 이집트에서는 신성함, 기독교에서는 호색, 태만을 상징하고, 중국의 점성술에서는 지혜로움, 평정, 눈물의 상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는 실로 다양하다. 일본에서는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어찌되었건 고양이보다는 개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는 아마도 한국인이 부모나 윗사람을 공경하고 따르는 「효(孝)」와 「충(忠)」 의 사상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고양이보다는 개가 이러한 관습에 친숙한 동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다른 동물에 대한 이미지도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른 듯하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십이지 안에 「돼지」가 들어 있다(일본은 돼지 대신 ‘猪<멧돼지>’를 쓴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에 당첨된다」는 말이 있듯이 돼지는 행운을 안겨주는 「행운의 사자」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돼지에 대한 이미지는 뚱뚱한 사람을 가리킬 때는 나쁜 이미지이지만 좋은 이미지가 더 크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는 「豚に真珠(돼지에 진주. 사물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 「豚箱(유치장을 이르는 속어)」와 같은 말이 있듯이 결코 좋은 이미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한편, 중국에서도 돼지는 「행운의 사자」와 같은 이미지가 강하고, 십이지에 돼지가 있듯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이처럼 같은 동물이라도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에 따라 이미지가 다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원한다면 이러한 것도 알아둘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던 미국인 선생님에게도 개가 좋은지 고양이가 좋은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미국인은 둘 다 있어요. 그건 개인의 취향이잖아요. 미국인은 어느 한 경향이라고 단정해서 말할 수 없어요.”

일본어저널 2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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