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구원은 자각과 분투로 정복하는 자유의 고원이다.

일본 문화/한일문화

네 것은 내 것

rouman 2007. 5. 11. 03:16
 
 
네 것은 내 것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음식과 연관된 한(恨)은 잊혀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적 형제들과 과자를 서로 움켜쥐고 싸움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형제끼리도 그러한데 같은 나라 사람이라면 몰라도 다른 나라의 유학생이 함께 살고 있다면 어떨까? 요전 날 한국의 대학에 유학하며 학생 기숙사에서 한국 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일본인 야마나카 군으로부터 푸념 섞인 말을 들었다.
“한국 사람은 어떤 감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요전에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카케이크를 사서 수업이 끝난 후에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어요. 무척 기대가 되어 수업이 끝난 후 서둘러 방으로 돌아갔는데, 냉장고를 열어보니 이미 없었어요. 같은 방의 김 군이 먹은 것 같은데, 정말이지 힘이 빠져서……. 아무 말 없이 내 것을 먹다니,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룸메이트인 김 군이 야마나카 군이 사서 넣어둔 냉장고의 케이크를 마음대로 먹은 것 같다. 그래도 야마나카 군은 착각해서 먹었을지 모른다며 잠자코 있었던 것 같은데, 그 후에도 김 군의 야마나카 군이 사서 냉장고에 넣어둔 주스와 과일을 아무 말없이 먹고 마시는 일은 계속되었다고 한다. 결국 참다못한 야마나카 군은 냉장고에 넣어둔 그의 음료수와 음식 모두에 이름을 써서 항의(?)했다고 한다. 작은 우유팩 하나에까지 이름을 쓰면서……. 그러자 이를 본 김 군은 엄청나게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이름 같은 걸 쓰는데? 우리는 같이 살고 있으니 가족이랑 같은 거 아냐? 너희 집에서는 가족끼리도 일일이 이름을 쓰면서 다른 사람의 것은 안 먹게 돼 있냐? 먹는 걸로 이렇게까지 하다니 심하잖아. 무엇보다 난 도둑질 할 생각으로 먹은 게 아냐!”
사이가 좋았던 둘이었지만 이 일로 순식간에 고성이 오가는 싸움이 되었다. 김 군은 눈물을 흘리며 금방이라도 야마나카 군에게 달려들 것 같았다고 한다.
나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수차례 들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냉장고의 음식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한국인 학생은 ‘일본인 친구들이 주스를 마시고 싶을 때 자기 것만 사서 마시고 있는 것을 보면 차가운 느낌이 든다’는 말을 하고, 일본인 학생은 ‘한국인 친구는 테이블 위의 볼펜 같은 것을 말도 없이 써서 싫다. 일단 양해를 구하면 좋을 텐데’라는 말을 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감각의 차이가 쌓이고 쌓이면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함께 사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럼, 왜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이는 필시 룸메이트인 야마나카 군과 김 군이 가진 친구에 대한 감각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일 것이다.
한국인인 김 군에게 룸메이트인 야마나카 군은 함께 살고 있으니 가족과 같은 친근한 존재였을 것이다. 분명 가족이라면 냉장고의 음식이나 음료수에 이름을 쓰는 일은 없다(그래서 가끔씩 동생이 형의 아이스크림을 먹어 싸움이 나기도 하지만……). 김 군은 야마나카 군을 형제와 같다는 감각으로 스스럼없는 친구로 생각했기에 말없이 케이크를 먹은 것이다. 분명 남의 것을 마음대로 먹었다는 감각은 없었을 것이다.
한편 야마나카 군은 무척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을 수 없었다는 고통(?)은 컸다고 쳐도 원래 룸메이트라고 하는 것은 가족이 아닌 타인이고 친하다고 해도 예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親しき仲にも礼儀あり(친한 사이에도 예의가 있다)」라는 말이 일본에 있듯이 룸메이트라고는 해도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예의바르게 대하려고 했을 것이고, 김 군에게도 이를 요구했던 것이다.
결국 룸메이트가 가지는 영역에 대한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이는 한일의 문제인지 중국인 유학생인 혼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중국에서는 사람에 따라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다지 없는 것 같아요. 만약 케이크를 먹고 싶다면 그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먹을 것 같고요. 전 한국인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어 본 적이 없어 그런 경험을 한 적은 없지만 한국인 친구가 같은 경험을 하고 있어요. 룸메이트인 같은 한국인이 자신의 치약을 쓰거나 과자를 먹지만 말할 수 없어서 난감하다며.”
한국 안에서도 감각이 달라 난처한 일도 있다. 일본에서는 가령 가족끼리도 밥그릇과 젓가락은 누가 어떤 것을 쓰는지 정해져 있는 경우도 있고(회사에서도 컵은 자기 것을 가지고 있다), 음식도 상에 1인분씩 나눠서 먹는 경우가 많다. 대접을 받거나 비싼 과자 등을 받았을 때에는 일단 모두 나누어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서구에서는 매일 사용하는 포크와 접시가 정해져 있지 않아 어느 것을 써도 상관없다. 한편, 한국에서는 찌게를 같은 냄비에 여러 명이 숟가락을 담그며 먹는 관습이 있다. 결국 친하면 거리낌 없는 것이 좋다고 여기기 때문에 따로따로 먹는 건 정다운 맛이 없다는 얘기가 아닐까. 이런 이유로 김군에게는 룸메이트가 되면 냉장고의 것은 어느 것이든 둘의 것이라는 감각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활의 감각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 서로 이러한 점을 의식하며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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