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2 酒をつぐ(술 따르기) 한국과 일본은 닮은 듯 다른 관습이나 사고방식이 있다는 것은 알 것 같은데, 그것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행동 패턴의 차이로 나타나는지는 선뜻 떠올리기 어렵다. 이 코너에서는 한국인 유학생이 일본에서 경험할 만한 상황을 설정, 그들이 선택하는 답을 통해 양국의 관습이나 사고방식의 문화적 배경을 확인해나가겠다. 이 설문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필자 주- 増田忠幸 「日韓両国語比較研究会」주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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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유학 중인 정미숙 씨는 테니스 동아리에서 활동 중이다. 오늘은 연습을 마친 후 스즈키 아키라(鈴木明) 씨와 ‘居酒屋(간단한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일본의 대중 주점)’에서 한 잔 마시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남자와 단둘이 술을 마시게 된 정미숙 씨는 좋아하는 ‘日本酒(정종)’를 주문했다. 그리고 얼마 후 주문한 ‘日本酒’가 테이블 위에 놓였는데, 이때 정미숙 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① 스즈키 씨가 술잔에 술을 따라주기를 기다린다. ② 일단 자기 술잔에 술을 따른다. ③ 먼저 스즈키 씨의 술잔에 술을 따른다. 남학생의 경우는 스즈키 씨를 여성으로 바꾸어 대답을 했는데, 이 질문에 대해 남성 전원과 많은 여성이 선택한 것은 ③번인 ‘먼저 스즈키 씨의 술잔에 술을 따른다’였다. 그 이유의 대부분은 상대방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먼저 따라주어야 매너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②번의 ‘일단 자기 술잔에 술을 따른다’라는 대답은 거의 없었으며, 여성의 30%는 ①번인 ‘스즈키 씨가 술잔에 술을 따라주기를 기다린다’를 선택했다. ①번을 선택한 이유에는 ‘레이디 퍼스트’라는 의식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여자는 술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③번을 선택한 학생들로부터는 ‘일본에서는 여성이 술을 따르는 것이 매너로 여겨지기 때문에 따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약간 거부감이 있다’, ‘친구끼리라면 괜찮지만 나이가 있는 사람에게는 따르지 않는다’, ‘옛날처럼 여성이 술을 따르는 것에 특별한 의미는 없기 때문에 직접 따른다’ 등 다양한 코멘트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일본과 한국은 여성이 술을 따르는 데 있어 어떤 의미의 차이가 있을까?
한국에서는 일찍이 여성이 술자리에 얼굴을 내밀고 남자에게 술을 따르거나 마시는 것은 그것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의 일로 여겨졌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부부나 연인 관계 이외에서는 술을 따르는 일이 없었다. 지금은 남녀가 한데 모여 마시거나 여성끼리 술을 마시는 일도 보편화되었고 여자가 남자에게 술을 따르는 것을 특별한 일로 여기지 않는 젊은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코멘트에도 있었던 것 같이 가족이나 연인 이외의 남성에게 술을 따르는 데 여전히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여성이 있고, 젊은 여성이 술을 따르는 것을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이든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의식해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는 집을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는 의미에서 자신의 아내나 딸에게 술을 따르도록 하는 일이 흔히 있다. 딸이 술을 따라주면 예의범절을 잘 가르쳐 재치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며, 부모나 본인도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레이디 퍼스트’라는 이유로 남성이 먼저 따르는 일도 있는데, 여성이 먼저 따르는 경우도 많다. 여성이 술을 따르는 것에 관해 일본과 한국에서는 이러한 관습과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冷酒(차가운 정종)’나 ‘生ビール(생맥주)’, ‘酎ハイ(소주에 탄산수를 탄 음료)’ 등 각각의 기호에 맞게 한 잔씩 나오는 경우도 많다. 이와 달리 ‘とっくり(日本酒를 담는 아가리가 잘록한 술병)’에 담겨진 ‘日本酒’나 ‘瓶ビール(병맥주)’는 ‘差しつ差されつ(권하거니 마시거니)’ 하면서 술잔을 주고받는 것이 기본인데, ②번과 같이 양해도 없이 자기 술잔에 술을 따르는 것은 상대방에게 그다지 좋은 느낌을 줄 수 없다. 만약 자신의 주량에 맞춰 직접 따라 마시고 싶을 때는 ‘手酌で失礼します(자작하겠습니다)’라며 양해를 구한 후 따른다. 술은 양손으로 술병을 받쳐 따르고, 한 손을 술잔이나 유리잔 아래에 대고 받는 것이 정중한 자세이다. 술을 마실 때는 한국처럼 연장자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상관없다. 일단 다 따랐다면 함께 ‘乾杯(건배)’를 외치며 술잔을 부딪치고 마시기 시작한다. 건배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한국인 남성이 일본의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을 때인데, 술잔에 술이 조금 남으면 바로 따라주고 건배를 제의하기에 일본어도 잘 몰랐던 그로서는 거절도 못 하고 자꾸자꾸 마시게 되어 결국 곤드레만드레 취해버렸다는 본인으로서는 우습지만 웃지 못 할 이야기다. 한국에서는 상대방이 잔을 비우면 따르지만 일본에서는 잔을 비우기 전에 따라주어 언제라도 마실 수 있도록 해두는 것이 매너이다. 때문에 따라주었다고 하여 억지로 마실 필요는 없는데, 그 한국인이 기세 좋게 단숨에 마시니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술이 세고 마시는 페이스가 빠르다고 생각하여 자꾸자꾸 따라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술 마시는 곳을 ‘飲み屋’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주를 먹으며 마시고 즐길 수 있는 ‘居酒屋’이다. 동네의 작은 가게에서부터 전국적인 규모의 체인점까지 다양하며, 저녁이 되면 퇴근길의 샐러리맨이나 학생 등으로 북적거린다. 오래 마시지 않고 자기 페이스에 맞춰 간단하게 마시고 가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立ち飲み屋(선술집)’가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옛날과 달리 값도 저렴할 뿐 아니라 안주의 종류도 풍부하고 가게의 분위기마저 좋은 곳이 늘고 있다. 양주를 마시려면 ‘バー(바)’나 ‘スナック(스낵 바. 가벼운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주점)’로 간다. 1차로 부족할 때는 ‘二次会(2차)’를 가는 일도 있는데, 술자리가 여러 차례 계속 이어지는 것을 ‘はしご酒’라고 한다. 노래를 부르며 마실 수 있는 ‘カラオケ(노래방)’라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별 차이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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