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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한일문화

한국과 일본의 선물에 대한 고찰

rouman 2007. 5. 2. 22:07
한국과 일본의 선물에 대한 고찰

필자가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행동양식의 차이 등을 읽어보며 일본인과 보다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

斎藤明美 한림대학교 교수

닮았지만 다른 습관

이제껏 소개해온 것처럼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생활 습관이 많다. 하지만 예상과 어긋나 다른 경우도 적지 않다.
자신을 가리킬 때 일본에서는 검지로 자기 코를 가리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슴 부위에 손을 갖다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한국 여성은 무릎을 세우고 앉거나 책상다리를 하는 일도 많은데, 일본에서는 좋지 않은 행동으로 여긴다. 덧붙여 손윗사람에게 물건을 건넬 때에는 오른쪽 손목의 안쪽 부근에 왼손을 얹어 경의를 표하고, 손윗사람이 동석한 술자리에서는 손아랫사람이 얼굴을 옆으로 돌려 마시는 한국인의 모습은 이를 처음 접하게 되는 일본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비춰질 것이다.
이렇게 손윗사람 앞에서 평소와 같이 술을 마시지 않는 습관은 담배도 예외가 아니어서, 옆으로 향하기는커녕 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비슷하게 선물을 하는 습관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차이가 있다.
예전에 내가 이사를 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사한 사실을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알리니 알고 지내던 선생님과 둘이서 놀러온다고 했다. 나는 기뻐하며 점심으로 카레를 만들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들은 11시경에 찾아왔다. 그런데 간단히 인사를 마친 친구는 냉장고 앞으로 가서,
「이거 넣어둘게.」
하고는 크고 맛있을 거 같은 딸기를 냉장고에 넣었다. 다른 선생님은 가지고온 주스를 소파 옆에 가만히 놓아두고만 있었다. 나는 친구와 선생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딸기와 주스를 나를 위해 가지고 온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함께 카레를 먹고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나서 그들은 딸기와 주스를 두고 돌아갔다.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지금도 한국인은 선물을 가지고 다른 집을 방문할 때 처음부터 「이거 선물입니다」 하지 않고 돌아갈 때 전하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부터 선물을 들고 왔다고 말하면 왠지 생색을 내는 것 같아 그렇게 가만히 있는 거죠.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하나예요.』 하고 설명해주었다. 분명 일본에서도 「つまらないものですが……(보잘것없지만……)」 하고 선물을 주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이를 정말 보잘것없는 것이라 여기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설령 훌륭한 것이라도 겸손하게 말하는 일종의 습관인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지금도 많은 30대 이상의 사람들은 웬만해선 선물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는 것 같고 앞의 이야기처럼 가만히 두고 가는 일도 있는 것 같다.

선물의 가치는 자신의 가치?

선물에 대해서는 습관뿐 아니라 사고방식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물론 TPO(시간·장소·경우)나 개인의 차이는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의 일본인은 「気は心(보잘것없지만 정성이 담겨 있음)」라며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의 선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여행지에서 선물을 살 때도 다시 받는다는 생각이 필요없는 작은 물건 즉, 과자나 열쇠고리 같은 것을 고르는 게 아닐까.
그런데 한국에서는 신세를 지고 있거나 답례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런 소소한 물건을 건네면,
「내가 해준 일은 이정도의 것이었나, 이렇게 생각했다면 안 받는 편이 낫다」
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 선물에 대한 가치를 자기에게 반영시킨다면 분명 소소한 것에는 기분이 상할지도 모르겠다. 선물을 할 거라면 그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한국의 대학에 왔을 때에는 그런 것도 모르고 교수님에게 일본과자를 선물했는데, 정작 나는 상당히 훌륭한 자개 보석함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선물의 차이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선물에 대한 사고의 차이인 것이었다. 그렇지만 최근의 한국 대학생들만을 본다면 그 습관도 변한 것 같다. 요전에도 학생이 집으로 찾아온다며,
「선생님, 맛있는 빵집이 있으니 고구마케이크를 사갈게요. 기대해주세요!」
하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고구마케이크, 내가 정말 좋아하는 케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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